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B림프구에서 기원하여 종양화된 악성혈액질환으로 고령의 환자에서 발병하며 서구에서는 가장 흔한 유형의 백혈병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병 빈도가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백혈병을 임상 경과에 따라서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하고 기원에 따라서 골수성과 림프구성으로 구분하면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만성림프구성백혈병으로 크게 네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은 다른 백혈병들처럼 조혈세포들의 분화 단계에서 미성숙 단계에서 악성화된 것이 아니라 성숙단계의 B 세포로부터 악성화된 종양이다. 말초혈액에서 백혈병 세포의 수적 증가와 함께 전신의 분포되어 있는 림프절에서 고형화된 덩어리가(종괴)를 형성한다. 병명에 백혈병이라고 되어 있으나 생물학적 그리고 의학적 특성들을 고려하면 림프종의 세부 유형 중에 한가지로 간주되며 진단과 치료적 측면에서 림프종과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가 무증상이며 다른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하거나 혹은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의 환자들은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의 신체 부위에서 림프절 종대가 촉지 되어 병원을 방문하여 진단되기도 한다. 말소혈액검사를 실시하면 백혈구수가 현저하게 상승되어 있으며 증가된 백혈구의 조성을 살펴보며 그 가운데 림프구수가 현저하게 높고 호중구수는 높지 않거나 오히려 정상보다 감소되어 있다. 환자를 최초 진단시 무증상이었으나 종양 진행에 따라서 피로감, 발한, 체중감소, 전신의 림프절 종대, 비장과 간의 종대로 인하여 좌측 혹은 우측 상복부의 팽만감과 불편감, 빈혈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 과정을 살펴보면, 환자로부터 소량의 혈액을 채혈하여 유세포측정법을 실시한다. 종양세포의 표면에 특징적인 표현형(CD5양성, CD19양성, CD20양성, CD23양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림프종의 세부유형 가운데 외투세포림프종도 동일한 표현형과 유사한 임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림프절의 조직생검 조직에서 면역화학염색을 실시하여 CyclinD1음성이면서 형광동소검사를 통하여 11번 염색체와 14번 염색체의 전좌가 없음을 확인하면 최종 확진된다.
환자가 중대한 동반 질환이 없고 활동능력이 우수하면 주사용 항암치료제인 R-FC 요법 (리툭시맙, 플루다라빈, 싸이클로포스파마이드)을 우선 실시한다. 이 요법은 치료 성적이 우수하고 관해 유지 기간이 긴 장점이 있지만 단점으로는 중증 골수억제가 빈번하고 혈액학적 회복의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보험급여가 되지는 않지만 R-B 요법 (리툭시맙과 벤다무스틴 병용요법)이 외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요법은 R-FC 요법에 비하여 관해율이 다소 낮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적어서 치료 성적과 독성 간의 균형을 고려하면 R-FC와 유사한 치료 성적과 생존율을 기대할 수 있다. 고령이고 활동능력이 저하되어 있으며 입원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는 경구용 항암제인 클로람부실(chlorambucil)을 리툭시맙과 병용투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리툭시밥 병용투여가 보험급여로 인정되지 않아서 클로람부실 단독으로 투약하여야 한다. 17p 결실이 있는 경우는 R-FC 요법에 불량한 예후를 보이기 때문에 알렘튜주맙(alemtuzumab), 동종조혈모세포이식, 신약의 임상시험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만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들은 고령의 환자들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동반질환이 많고 활동능력이 저하되어 있어서 실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술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TP53 결실이나 돌연변이, 17p결실로 예후가 불량한 환자, 통상적인 항암치료에 모두 불응하는 환자, 퓨린 유도체 포함 치료 후 반응하지 않거나 12개월 이내에 재발한 환자, 리히터 증후군으로 전환된 환자들 가운데 연령이 비교적 젊고 이식대상이 될 수 전신상태와 적절한 공여자가 있다면 동종이식도 환자를 구출할 수 있는 좋은 치료적 선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