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경화증(Systemic sclerosis)

전신경화증은 결합조직 성분 중 콜라겐이 과다하게 생성되고 축적되어서, 피부가 두꺼워지거나 각 장기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병입니다.
전신경화증의 개념
경화증은 피부를 침범하는 형태에 따라, 신체의 특정 부분만을 침범하는 국소성 경화증과 전신을 침범할 수 있는 전신경화증,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소성 경화증의 경우 대개 피부에 국한 되어 전신성의 형태로 진행하지 않으나 피부의 일부분이 비대칭적으로 딱딱하게 변하는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전신경화증은 피부 뿐 아니라 폐, 심장, 위장관, 신장 등 여러 내부 장기들을 침범할 수 있는 만성 전신성 자가면역질환입니다.
이는 다시 제한형과 미만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한형일 경우 피부 경화가 신체 특정 부위 (손가락, 손, 얼굴, 다리)에 대칭적으로 오고 보통 천천히 진행하며, 많은 경우 피부가 두꺼워지기 수년 전부터 추위에 노출 되었을 때 색깔이 변하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미만형 경피증은 피부 경화가 손, 얼굴, 가슴, 배 등 전신에 대칭적으로 비교적 급속하게 생기며, 피부 증상 뿐 만 아니라 폐, 위장관 등 몸속 장기의 손상을 초래 할 수 있습니다.
병의 기전은 명확하지 않지만, 자가항체에 의한 면역학적 기전으로 혈관 내피세포 손상과 섬유 모세포가 활성화되어 과도한 콜라겐이 조직내에 침착되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유병률은 매우 낮아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1-2 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주로 30-50대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데, 여자가 남자에 비해 3-5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합니다. 피부 근육염, 다발성 근육염, 전신홍반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혼합결합조직질환 등과 동반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레이노현상은 보통 병의 초기에 생기며 전신경화증 환자의 95%에서 경험하게 됩니다. 이 현상은 주로 추위나 진동, 스트레스 등에 의해 유발되는데, 손가락, 발가락, 때때로 코끝이나 귓불에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색깔이 처음에는 하얗게(창백하게) 되고, 이어서 푸르게 변하며, 혈관이 다시 확장되면서 붉게 변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부증상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에는 손가락을 비롯한 손, 발, 팔,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고 피부가 두꺼워지고 딱딱해져서 손을 쥐기가 힘들어집니다. 반복되는 레이노 현상과 함께 피부가 검게 변할 수도 있으며 병이 진행되면 손가락과 발가락 끝에 상처가 잘 생기고 잘 낫지 않으며, 결국에는 끝이 손상되어 손톱, 발톱이 없어지거나 손가락 길이가 짧아 질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손이 뻣뻣해지는 조조강직이 있고,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구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관절 주위의 근육이 약해질 수 있으며, 손목굴증후군이 생기기도 합니다.
식도 운동장애와 함께 위 및 장의 운동 기능이 저하되어 상복부 불쾌감, 식도역류현상, 속쓰림을 호소하기도 하고 변비, 설사, 복통 등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특히 절반의 환자에서 식도 운동장애가 발생하는데 심하면 음식물을 삼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질환은 심장을 싸고 있는 주머니에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심낭염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경우 가슴의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심해지는 경우 심부전, 부정맥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폐에 병이 진행되는 경우 폐 조직이 굳어지는 폐 섬유화가 특징적인 폐 병변입니다. 폐 섬유화가 진행됨에 따라 마른 기침, 운동시 호흡곤란을 나타내기도 하고, 나중에는 폐동맥 고혈압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폐침범은 제한형 및 미만형 경화증 환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환자의 예후에 주된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를 요합니다.
신장 침범은 미만성 경화증 환자에서 잘 생기는데, 혈뇨, 단백뇨를 보일 수 있으며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용혈성 빈혈, 그리고 심한 경우에는 급성 신부전, 경련, 고혈압성 뇌병변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그리고 열 등의 전신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안구 및 구강 건조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만성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경화증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콜라겐이나 세포외 기질단백이 과도하게 생산되어 침착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한편, 특정한 화학물질(톨루엔, 벤젠, 비닐 클로라이드, 실리카 등)이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레이노 현상과 전형적인 피부병변이 있으면 쉽게 진단할 수가 있으나 레이노 현상이 곧 경화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여러 가지 증상과 신체 진찰, 그리고 면역학적인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를 종합하여 진단하게 됩니다. 한편 내부 장기의 침범 여부와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폐기능 검사, 폐단층촬영(CT), 위내시경이나 식도운동검사 등이 도움이 됩니다.
현재로는 원인이 되는 콜라겐이나 세포외 기질들의 과다생성을 완전히 억제하거나 정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완치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치료의 주된 목표는 증상을 완화하고 더 이상의 장기 손상을 막는 것입니다.
몸을 따뜻하게 함으로써 팔, 손, 발로 가는 혈관을 확장시켜 원활한 혈액공급이 이루어지도록 합니다. 추운 날씨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모자와 장갑을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면으로 된 옷은 땀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땀으로 인한 열 손실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쉽게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 크림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담배는 혈관 수축과 혈류량 감소를 초래하므로 반드시 끊어야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은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전신경화증의 증상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약제를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피부가 두꺼워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디페니실라민을 사용해 볼 수 있으며, 관절통이나 종창이 발생한다면 비스테로이드소염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혈관 확장 및 혈류 유지를 위해 칼슘통로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억제제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폐나 심장, 신장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나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약제의 사용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입니다.